수출과 내수에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차종은 뭘까. 바로 ‘해치백(hatch back)’이다. 해치백은 차량에서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대신,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를 뜻한다.
1월 현대자동차의 해치백 모델인 ‘i30’는 내수 시장에서 84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9월 3세대 모델을 출시한 이후 4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좀처럼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 회사는 신형 i30를 특별할인 차종에 포함해 3% 할인 조건을 내걸었지만, 94대를 파는 데 그쳤다.
신차 출시와 할인 프로모션 처방에도 별다른 판매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판촉 할인을 진행해도 판매가 늘어나지 않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곧 신형 i30가 유럽에 순차적으로 출시되는 만큼, 생산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는 상황이 다르다. i30은 지난해 해외에서만 5만123대를 판매하며 자사 세단 중 3번째로 많이 팔린 차종이다. 특히 실용성을 중시하는 해외에서는 해치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전망도 밝다. 신형 i30는 이르면 이달 중순, 유럽 일부 국가부터 출시한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이미 생산에 돌입했으며, 국내 공장에서도 유럽 수요에 맞춰 점차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한국지엠의 해치백 모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베오’ 해치백 모델의 판매는 2015년 1211대에서 지난해 479대로 절반 이상 줄었다. 아베오는 세단과 해치백 모델 중 해치백이 차지하는 판매 비중이 26.6%에 불과하다. 해치백 모델 중 수입차인 폭스바겐 ‘골프’만이 지난해 4217대를 판매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뿐, 사실상 내수 시장이 ‘해치백의 무덤’인 셈이다.
이 같은 해치백의 내수 부진에 르노삼성자동차가 올 상반기에 출시하는 준중형 해치백 ‘클리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클리오 해치백은 6월 출시가 유력하다. 르노삼성은 클리오로 꽁꽁 얼어붙은 국내 해치백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국내에서 해치백이 실패하는 원인으로 업체들의 무관심과 마케팅을 집중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목했다. 때문에 클리오 출시와 함께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 사장은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해치백 모델인 ‘골프’를 들여와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해치백보다 SUV나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르노삼성 클리오 해치백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