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서신을 보내 뒤늦게 새해 인사를 전달했다. 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 주석과 교신한 것이지만 세계 각국의 다른 정상과는 직접 회담하거나 전화통화한 것과는 온도차를 보였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의 션 스파이서 대변인은 전날 밤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의 축전에 감사를 보냈으며 ‘닭의 해’를 맞아 중국 국민의 행복한 한 해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건설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 주석과 협력할 것을 고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리나라의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해 10여 명이 넘는 세계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는 직접 대면해 회담을 했지만 시 주석과 직접적으로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꼬집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약탈하고 있다고 중국을 강력히 비난했으며 중국에 강경 자세를 취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엄중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시진핑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두 차례의 축전을 건넸으며 지난해 11월 14일 전화를 걸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협력이 양국 유대 관계에 있어서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소재 인민대학의 스인훙 미국학센터 소장은 “(트럼프의 서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만 매우 작은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모든 신호는 트럼프가 경쟁 구도로 갈 것이라는 점을 가리키고 있지만 중국 정책은 아직 분명하게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선 승리 후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의 핵무기 야심을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표적인 중국 비판론자인 피터 나바로를 신설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앉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 중국이 인공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와의 개인적 관계 구축을 위해 비공식적인 채널을 동원하고 있다.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는 지난 1일 주미 중국대사관의 춘제(설날) 축하행사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왕판 중국외교대학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새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의 정책이 아니라 기질”이라며 “우리는 그가 극단적으로 향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