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자동차용 특수강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서 ‘업계 1위” 세아베스틸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내년 완전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현대·기아차에 본격 납품을 시작하면, 업계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이달 초부터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자동차 엔진용 특수강 생산을 시작했다. 변속기와 섀시(자동차의 기본을 이루는 차대) 생산도 준비 중이다.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 진출을 공언한 건 3년 전이다. 이를 위해 1조12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 공장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완전 생산체제를 구축해 연간 100만 톤의 특수강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반 산업용(조선·항동 등)까지 더하면 최대 연산 목표는 135만 톤이다. 초기 제품은 현대·기아차에 납품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장진입을 위해 제품 승인을 진행해왔다”면서 “올해는 생산 설비 구축에 집중해 공급 안정화를 확보하고, 내년에는 고급강 확대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와 함께 철강 투톱으로 꼽히는 현대제철이 자동차 특수강에까지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용 특수강 시장은 연간 8000억 원(연간 100만 톤)을 벌 수 있는 ‘마지막 효자’ 산업이기 때문이다. 생산공정이 까다롭긴 하지만,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자동차 엔진은 물론, 산업기계, 항공기, 로봇 등 활용 범위도 넓다.
현대제철의 광폭 행보에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1위 세아베스틸은 좌불안석이다. 현대제철이 완전 양산체제를 갖추면 ‘단골’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의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 비중은 30~40%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 가까운 물량이 현대·기아차에 납품된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되면 세아베스틸의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세아베스틸이 선택한 수성 카드는 수출 다변화 전략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15% 수준인 수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30%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와 항공용 특수강 판매를 늘려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하기로 했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난 4~5년간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많은 작업을 해왔고 이제 결실을 보는 단계”라며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