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차를 맞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 조치 강화와 난민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증시 불안감이 확대되는 추세다. 투자자들은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채권과 금, 선진국 등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7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연초 이후 머니마켓펀드(MMF)로 17조5852억 원이 유입됐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3437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1조50억 원이 유출되긴 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총 2조 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소폭이다. 특히 국내 주식형 펀드는 9주 연속 순유출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1월 한 달간 외국인이 1조6650억 원을 순투자하며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자금 유출세를 벗어났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이후 순유출이 이어졌지만 지난달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2015년 5월(3조2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 순투자를 진행했다. 외국인의 채권보유고도 90조 원선을 회복했다.
투자자들이 MMF 등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어 자금 이동이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주식보다는 채권이나 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펀드에도 연초 이후 370억 원이 유입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조치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던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선진국 주식형 펀드로 113억 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자금 유출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트럼프 눈치보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고용 등 경제지표보다 트럼프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며 “환율과 예산안 등 행정부의 예산안에서 재정정책 규모가 행정명령처럼 현실화하면 금리를 상승시킬 요인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라 다음 주 개최될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 역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발행시장이 견인해 온 국내 채권 강세 분위기가 이달 중반부터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행이 예정된 기업들의 경우 최근 실적이 저조하거나 시장 지위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수연 KB증권 연구원은 “연초 발행 수요예측 참여 경쟁률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발행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사례”라며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발표한 만큼 해외공사 비중이 큰 A급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