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향후 국제유가 상승에 사상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영국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옵션 계약 순매수 포지션은 8억8500만 배럴의 원유에 해당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석유수요의 9일분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FT는 강조했다. 반면 매도 포지션은 1억1100만 배럴에 불과했다.
순매수 포지션 규모가 너무 커서 일부 트레이더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대량으로 포지션을 정리하면 유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초부터 유가가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단기적인 변동성보다 거시경제 흐름에 초점을 맞춘 대형 매크로펀드들이 순매수에 가담했기 때문에 유가 하락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FT는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과 인플레이션 압박이 유가 회복세 지속 전망을 지탱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은 지난해 11월 유가 회복을 위한 감산에 합의했다. 이후 원유 수출 데이터 등을 살펴보면 실제로 산유국들이 감산에 임하고 있어 올해 미국 셰일기업들이 산유량을 늘리더라도 시장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영향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가 감세와 규제완화, 인프라 지출 확대 등의 정책을 펼치면 미국 경제성장세가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압박도 커지게 된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원유와 같은 현물자산을 사들이려는 추세를 부추길 수 있다.
애쉬버튼인베스트먼츠의 리처드 로빈슨 글로벌에너지펀드 매니저는 “에너지는 예기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 실질적인 헤지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