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낮은 유로화 가치에 대한 미국의 비판에 발뺌하는 모습을 보였다.
쇼이블레 장관은 유로화 가치가 너무 낮다는 미국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유럽중앙은행(ECB)의 느슨한 통화정책 탓으로 돌렸다고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가치는 엄격히 말해서 독일 경제 경쟁력에 비하면 너무 낮다”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통화확장정책을 펼치려고 했을 때 이는 독일의 수출 흑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ECB의 정책 경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정책에 따른 결과로 독일이 비판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주 피터 나바로 백악관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FT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악용해 교역대상국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 일본과 함께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쇼이블레는 “독일이 환율을 결정할 수 없으며 유로화 약세 책임은 ECB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독일 경제연구소 이포인스티튜트(Ifo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은 3000억 달러(약 344조4000억 원)에 가까운 무역수지 흑자를 올려 중국을 500억 달러 이상 웃돌고 세계 1위 무역흑자국 지위를 유지했다.
미국은 물론 EU 내부에서도 독일이 재정정책을 수정해 수입을 늘리기 위해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달 트럼프는 “유럽연합(EU)은 독일을 위한 자동차에 불과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왜 유럽을 쪼개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유럽은 세계 그 어떤 대륙보다 미국에 가깝다”며 “다만 트럼프가 유럽을 분열시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단지 그는 유럽을 많이 시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파’ 성향의 쇼이블레 장관은 이전부터 ECB의 통화정책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성공하는 것에 드라기가 50%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로화 불안정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과 낮은 예금금리 불만이 포퓰리스트 정당의 득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3일 연설에서 “환율에 의존하지 않고 개혁을 시행한 국가들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며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로 생산성이 낮은 국가들은 환율이 그 답이 될 수 없다”고 유로화 환율에 대한 공격에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