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관저를 제외한 청와대 비서실장실과 민정수석실, 경호실 등에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후 2시께 청와대 측으로부터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받고 철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는 특별감찰반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청와대가 군사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압수수색 영장 집행장소와 대상을 최소한으로 했음에도 청와대 측이 불승인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이날 철수 직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황 대행은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한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의 상급자다. 특검은 한 실장과 박 실장이 거부하더라도 황 대행이 승낙하면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의 한계로 작용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규정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무소'가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이라는 점을 신고한 경우 소속 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동시에 두고 있다.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 고심해왔다. 하지만 현행법 체계에서 어떤 법리를 마련해도 110조, 111조 단서조항을 근거로 들 경우 사실상 압수수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검은 △불승인 사유서 제출을 행정처분으로 보고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지 여부 △압수수색에 대해 민사상 가처분이 가능한지 여부 등을 검토했지만 법리적 맹점이 있어 최종적으로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거부하려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라야 하는데, 청와대가 이날 제출한 불승인사유서에는 이 부분에 대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청와대가 특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직권을 남용한 게 아닌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관련 규정에 대한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이 전날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28일까지다. 특검은 불승인 사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추가로 압수수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일단 강제조사가 아닌 임의제출을 받더라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또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압수수색 여부와 상관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면조사는 오는 9일께 위민관에서 진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