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실물 경제 측면에서 하방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신정부의 불확실성 등 대외 요인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등이 민간소비와 실비투자, 고용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한국은행에 공개한 올해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대내외 여건이 앞으로의 성장경로를 논하기가 어려울 만큼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경제전망에서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 설비투자 및 고용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은 “대내외 불확실성 급증에 따라 최근 나타나고 있는 소비자 및 기업의 급격한 심리 위축은 향후 실물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추가적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국내기업의 이익 증가가 고용이나 투자의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내부잉여로 축적되고 있음은 국민소득통계나 자금순환통계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우리경제가 글로벌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고착화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금통위원은 “향후 성장경로의 상·하방 리스크 모두 두터운 꼬리형태를 띠고 있어 실제 경제성장률이 전망경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우리경제가 미국 신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국제원자재가격의 안정적 상승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지만,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 등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가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한 금통위원은 “향후 주택시장 조정에 따른 가계의 대차대조표 악화가 민간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주택매수우위지수나 주택가격전망 CSI가 하락하고 금년과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거 예정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은 없을지 우려된다”며 “비록 건설투자는 시차효과에 의해 그 둔화속도가 제약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위축이 민간소비나 서비스업생산에 미칠 영향은 직접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에도 청약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게 분양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금년과 내년 대규모 아파트 입주예정물량도 지난 몇 년 간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상당부분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 부동산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서비스업의 부진에 김영란 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제조업의 생산이 자동차업체 파업 종료, 반도체 수출수요 회복 등으로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서비스업의 생산은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다소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자 관련 부서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이 도소매업 등 관련업종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올해 물가는 한은의 중기 목표인 2%대에 근접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 위원은 “올해 물가는 연말로 갈수록 공급측 요인이 소멸되면서 상승압력이 낮아질 것”이라며 “중기시계의 근원 인플레이션 경로도 물가목표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5%로 0.3%포인트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