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반기를 들며 ‘거버먼트삭스(Government+Sachs : 골드만정부)’라는 오랜 꼬리표와의 결별에 나섰다.
그동안 골드만삭스는 백악관과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핵심 기관의 요직 인사를 배출하며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거버먼트삭스’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정권의 이민 제한 정책에 대해서만큼은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직원용 음성 메일을 통해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은 직원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골드만삭스의 역사적인 정책에 위배되며, 회사의 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을 우리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산업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블랭크페인 CEO가 여기에 동참함으로써 그동안의 골드만삭스의 행보로는 이례적으로 정권의 대척점에 서게 됐다. 제2차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 시절 정부 요직에 오른 시드니 와인버그 전 회장 이후 많은 인재를 정부 요직에 등용시킨 골드만삭스가 정권에 반대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블랭크페인 CEO가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가 독일계 유대인 이민자가 창업했다는 역사도 있지만, 다른 금융 기관이나 미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이외 출신 직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블랭크페인 CEO는 음성 메일에서 “행정명령이 발효돼 계속 유효하다면 우리와 일부 직원 및 그 가족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법의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그것을 최소화해 해당 직원과 가족을 지원하는 것에 골드만삭스가 임한다는 것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디나 파월 경제담당 선임 고문 등이 모두 골드만삭스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