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다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연료전지차(FCV)의 핵심 부품을 공동 생산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의 기간 산업이 미국으로 일부 옮겨간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미국과 일본 정부 간 갈등 양상이 양국 간 자동차 업계로도 비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양사는 4250만 달러씩 출자해 FCV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합작사 ‘퓨얼 셀 시스템 매뉴팩처링’을 설립하고,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공장에서 2020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일자리 100개를 만들 예정이다. 경영은 양사가 지명하는 이사 2명이 맡고, 사장과 부사장은 양사가 2년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신문은 그동안 FCV 시장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가 주도해온 만큼 혼다가 본고장인 일본을 떠나 미국에 새 회사를 설립한다는 점에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선진적인 생산 관리 기술을 요하는 기간 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하게 되면 자국의 개발 및 생산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FCV의 일본 내 생산을 고집해온 것도 소재 등 자동차 저변 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이유에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혼다 측은 이번 GM과의 합작에 대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정책 자문 조직 멤버이기도 한 GM과 미국에서 한 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아베 정권이 공들여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탈퇴하기로 했고, 도요타에도 멕시코 생산을 문제 삼으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강요했다. 이에 내달 10일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TPP 협상에서 요구했던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논의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신문은 혼다와 GM의 합작은 미국과 일본 정부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기업 쪽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혼다는 미국을 FCV 핵심 부품 기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미국이야말로 세계 최대의 FCV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 만들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한다는 취지다. GM과의 새로운 합작사 설립에는 미시간 주정부가 2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댄 니콜슨 GM 수석 부사장은 “일자리를 창출해 미시간을 미래 자동차 산업의 리더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가 부추기는 미일 자동차 산업의 마찰은 일본의 산업 경쟁력과 고용 등 경제 정책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칫 대응을 잘못 했다간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장기간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