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것이 춘제(春節·음력설, 1월 27~2월 2일) 특수다. 춘제는 중국의 4대 명절(춘절·노동절·국경절·중추절) 중 하나로 유통업계에서 그간 ‘대목’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러한 특수를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 한파 탓이다.
실제 올해 춘제 기간 해외를 찾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지난해와 비슷한 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으나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携程)에 따르면 춘제 기간 유커가 찾는 여행지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7위로 4단계 하락했다. 이를 두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순위 하락의 배경으로 사드 여파에 따른 양국 관계의 악화를 들었다.
유커의 감소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는 춘제 기간 제주도를 찾는 유커가 지난해보다 17% 줄어든 약 4만3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조선족 포함) 입국자는 826만8000여 명으로 처음 8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7월 93만5000여 명, 8월 89만5000여 명, 9월 74만7000여 명, 10월 69만8000여 명, 11월 53만1000여 명, 12월 54만8000여 명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방문객이 줄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 중에서도 대중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면세점 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71%에 달했으며 최근에는 75% 안팎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매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장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LG생활건강은 면세점 채널과 중국시장 등 대 중국 의존도가 22.5%에 이르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20% 줄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율이 1~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일부 증권사는 LG생활건강에 대한 목표주가를 낮추기도 했다. 화장품은 중국 정부의 무더기 수입 불허에 이어 사후관리 강화 등 제재가 늘고 있다.
유통업계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신규 콘텐츠를 발굴해 2015년 기준 40%에도 못 미치는 유커의 재방문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오직 유커’에 기댄 마케팅도 다변화해야 한다. 유통업계는 일찌감치 수년 전 유통가의 큰손이던 일본인 관광객의 급감을 경험한 바 있다. 무엇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탓이 컸지만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한 것 역시 영향을 줬다. 유커 외에 대안이 없는 유통업계의 한계를 되돌아보고 뛰어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