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과 불법 이민자 추방 움직임을 본격화한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성장 근간이었던 ‘전문직 취업(H-1B)비자’개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을 대표하는 조 로프그렌(캘리포니아·민주당) 하원의원이 H-1B비자 개혁안을 발의했다. 로프그렌이 발의한 개혁안은 고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에게 H-1B 비자 할당량을 높여주자는 것이 골자다. 즉 고용주가 피고용인에게 지급하는 연봉에 따라 H-1B 할당량에 달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특정 직업에 대한 현행 평균 임금의 200%를 지불한다면 H-1B 할당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얻게 된다. 로프그렌 의원은 CNN머니에 “H-1B 제도를 시장 논리에 맡기자는 것”이라면서 “이 법안으로 H-1B 비자 프로그램이 미국 노동자들의 월급을 깎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로프그렌 의원은 매년 H-1B 비자 프로그램의 20%를 직원 50명 미만의 미국 스타트업 기업에 할당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책상 H-1B 비자 쿼터는 8만5000개이지만 지난해 수요는 쿼터에 3배를 훌쩍 넘어섰다.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H-1B 비자를 추첨식으로 분배하고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에서는 그간 H-1B 비자 쿼터를 늘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H-1B 비자가 확대되면 미국 내 고임금 일자리에서 미국 시민이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취업비자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이와 관련한 규제를 엄격히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한 상태다.
로프그렌 의원은 영주비자(permanent visa) 할당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가별로 영주 비자 발급이 제한되고 있는데 로프그렌은 이러한 국가별 제한을 없애면 H-1B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 완화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영리 이민자단체인 보이스(Voice)에 따르면 국가별 쿼터로 인해 영주 비자를 받지 못하고 H-1B 비자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H-1B 비자는 고용주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어 피고용인이 외국인이 직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비카람 데사이 보이스 부대표는 로프그렌이 발의한 법안이 H-1B비자 발급이 용이해지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프그렌과 별도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인 제이슨 차페츠(유타) 정부개혁감독위원장도 선착순 선처리 방식의 국가별 영주비자 쿼터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과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초당파적으로 H-1B 개혁안을 발의했고 이달 초 대럴 이사(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의 H-1B 비자 신청 시 임금 기준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