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조 원에 육박하는 흑자로 3년 만에 최대 이익을 거둔 삼성전자의 컨퍼런스콜은 장밋빛 전망만 있지 않았다. 올해 40조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특검 수사에 따른 경영 차질을 우려하는 경영진의 목소리가 담겼다. 그간 특검 수사와 관련해 공개적인 논평이나 견해 표명을 자제해온 삼성의 행보를 볼 때,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었다.
삼성전자는 실적 참고자료를 통해 “대내외 정세 변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아래 인수ㆍ합병(M&A) 및 시설투자 결정과 신성장동력 발굴 차질 등 중장기 사업 추진 전략에 있어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컨퍼런스콜에서는 더 직접적인 언급이 나왔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최근 특검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 이것이 사업과 관련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기적인 차원에서 사업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활동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이 (특검 수사로) 제한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 등으로 M&A와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통상 삼성전자는 1월 하순 열리는 전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새해 투자계획을 밝혔다. 정확한 투자 액수를 공개하지는 않아도 “작년과 같은 수준” 혹은 “작년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라며 대략적인 수준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엔 “시설 투자 규모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인사도 연기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 등을 확정짓기 쉽지 않다”며 “과거에 결정된 투자 사항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