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에게 쓴소리를 들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의 노동조합 껴안기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전일 울산 본사에서 ‘73차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회사 측은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임금조정 10만 원과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해 12만3000원 인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고용보장을 전제로 1년간 기본급 20% 반납을 요구하는 건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1시간도 채 안 돼 끝난 이 날의 협상에 권 부회장이 고민은 커지고 있다. 노사 협의를 통해 경영개선 계획을 더욱 신속히 이행하라는 채권단 압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전날 권 부회장을 직접 만나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의 경영개선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장기화된 불황과 심각한 수주 부진을 고려하면 안심하긴 이르다”며 “노사 문제 등 내부적인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인 점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은행장이 회사 수장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하는 건 통상적인 일이 아닌 만큼, 함 은행장이 채권은행을 대표해 자구안 이행을 위해 조속히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개선계획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새해 첫 부분파업을 벌인 노조를 달래기 위해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임단협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진전이 없는 데다가, 노조가 강환구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사태는 꼬이고 있다. 강 사장이 노조 때문에 수주 활동이 어렵게 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노조가 12년 만에 금속노조에 복귀한 데다가, 채권단 압박까지 시작된 만큼, 권 부회장이 직접 노조 달래기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