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중국 정부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정책 방향에 의해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벤젠가격은 지난해 1월 톤당 549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 1주 기준 919달러까지 올랐다. 1년 새 67.4%나 치솟은 셈이다.
벤젠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석탄 생산량 감소 정책’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석탄 채굴일수를 기존 330일에서 276일로 제한하고,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10억 톤 감축하는 내용의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 내 벤젠 설비의 약 40%는 석탄을 원료로 벤젠을 만든다. 그러나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벤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나프타를 원료로 벤젠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호재를 맞게 된 것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연간 벤젠 생산능력은 SK이노베이션 164만5000톤, GS칼텍스 93만 톤, 에쓰오일 60만 톤, 현대오일뱅크 36만 톤이다.
또 최근 중국 정부는‘찻주전자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내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들을 올해 1분기부터 수출 쿼터에서 배제했다. 이것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호재다. 중국 석유제품 수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이들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소규모 민간 정유업체들로부터 생산된 정유 제품은 2015년 대비 80%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이들의 수출 쿼터 할당을 축소하면서 정제마진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에 대한 황 함유량 규제 기준을 기존 50ppm 이하에서 10ppm 이하로 강화한 것은 국내 업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중국은 수출 확대를 위해 정제설비 증설 및 고도화 등에 투자를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 2015년 3월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산 경유의 점유율은 4%였으나, 지난해 12월에는 12%까지 치솟으며 한국, 싱가포르, 인도에 이어 아시아 경유 수출국 4위에 올랐다.
업계관계자는 “내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국이 값싼 경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 수출량이 많은 한국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