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등 담배회사들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 후 기존에 쌓아둔 재고품을 가격 조정 없이 팔아 7900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원인이 기획재정부의 부실관리에 있다는 감사원 결과가 나왔다. 기재부가 담뱃세 인상에 따른 재고차익에 대한 국고 환수 규정을 만들지 않아 담뱃세 인상 차익이 고스란히 담배회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는 결론이다.
감사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의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매점매석 고시 관리부실을 이유로 기재부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지난해 9월 감사를 통해 KT&Gㆍ한국필립모리스ㆍ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이 담뱃세 인상 이후 7938억 원의 부당한 재고차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재고차익이란 담배제조·유통회사들이 담뱃세 인상에 앞서 출하한 담배를 인상 이후에 판매하면서 얻게 된 세금 차액을 의미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KT&G는 담배가격 인상 전인 2014년에 반출된 담배 2억여 갑을 인상 후인 2015년 1월1일부터 인상된 금액으로 판매해 330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담뱃세 인상 전에 재고를 늘린 뒤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재고차익을 얻은 것이다.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도 미리 담배 재고를 쌓아뒀다가 2015년 1월 담뱃세가 오르자 인상된 가격으로 팔아 각각 1739억 원, 392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을 탈루했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재고차익을 환수하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같은 법적 미비로 인상차액 7938억여 원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으로 확보되지 못했다. 특히 기재부 업무 담당자들은 다른 부서로부터 재고차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도 시간이 부족하고, 과다한 징수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부칙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매점매석 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 담배 제조사들이 고시 시행 이전에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주요 담배제조사 3곳은 담뱃세 인상 시행 전 수입 등으로 취득한 담배를 인상 후 1~2일 사이 평소보다 5.7배∼22.9배 많은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해 이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담뱃세는 담배를 보관창고에 해당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법적인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더욱이 기재부는 ‘매점매석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부당행위를 야기시켰으며 고시가 시행에 들어간 이후에도 반출량에 대한 실사를 벌이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일부 담배회사 실물 반출 없이 전산조작을 통해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위장하거나 기준량을 초과해 담배를 반출하는 등 고시를 위반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담당 공무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라고 기재부에 통보했다. 담배시장 점유율 61.68%를 차지하고 있는 KT&G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이익을 얻은 사실도 드러났다.
또 KT&G의 담배 가격 인상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기재부를 비롯한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게 담뱃값 인상에 따른 재고차익 환수 규정을 둔 담뱃세 인상을 위한 법률(개별소비세법 관련) 개정안 마련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