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테러 공포와 정치 불안에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11일(현지시간) 장중 전일 대비 4% 급락한 3.93리라까지 밀리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리라화는 새해 들어 하락폭이 12%에 달해 지난해 7월 쿠데타 실패 이후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에도 달러화당 17%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고 나서 투자자들이 글로벌 불안정성이 커지고 선진국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발을 빼면서 신흥국들은 고통을 겪어왔다.
터키는 높은 정치적 위험과 상당한 규모의 외화 부채, 상대적으로 적은 외환보유액 등으로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히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반군들에 의해 테러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지난달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현직 경찰관에게 피살된 사건도 일어났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에도 얽혀 있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쿠데타 기도 이후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하고자 10만 명 이상의 교사와 판사 등 공무원을 숙청하기도 했다. 이에 투자자들의 터키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매티스 신흥국 외환 투자전략가는 “안보 이슈와 실패한 쿠데타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리라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외환 트레이더는 “내가 근무하는 중개업체는 리라화의 낮은 가치에 격분한 고위 관리들로부터 훈계를 들었다”며 “시장은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리라화 추락을 막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높은 금리는 터키 경제성장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오히려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터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1.8%를 기록했다. 소비자신뢰지수와 신용증가율, 산업생산 등 모든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는 치솟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11월 2년 10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금리를 250bp(bp=0.01%포인트) 인하하는 등 대체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중앙은행은 오는 24일 회의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지 결정해야 한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