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진희(59) 씨는 얼마 전 마트에 식재료를 구입하러 갔다가 고민에 빠졌다. 식품값의 계속된 인사으로 반찬 수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장바구니에 담았던 계란, 두부, 콩나물 등을 내려놓은 채 집에 돌아와야 했다.
식재료 값이 연일 뛰면서 늘상 맞이하던 가계 식탁이 부실해져가고 있다. 설을 2주 가량 앞둔 상황에서 계란, 두부, 콩나무, 식용유 등 기본 식재료들이 들썩이면서 서민 가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 1일자로 계란 21개 제품을 평균 30% 인상했다. 일반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프리미엄 계란이지만 고위험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그늘은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 인상한 제품은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로, 10구는 4500원에서 5850원, 15구는 6450에서 8350원으로 뛰어 올랐다. 30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판에 1만6000원이나 오른 셈이다.
‘무항생제 1등급 하루에 한알’ 10구 제품도 기존 3950원에서 5150원으로 30.4% 올랐다.
계란과 같이 식탁에서 친근한 식재료도 가격을 인상했다. 앞서 풀무원은 지난 연말 콩나물 제품 가격을 17% 올렸다.
국내 AI와 아르헨티나 홍수 여파로 식용유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상은 업소용 식용유 판매를 중단했다가 9일부터 가격을 8% 인상해 공급을 재개했다. 이와 함께 두부 가격 인상도 검토 중이다.
동원F&B도 식용유 판매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상과 같이 가격이 뛸 전망이다.
오뚜기, 롯데푸드 등은 이미 지난 달 말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은 이달 말 업소용 식용유 가격을 약 8% 인상할 예정이다 .
그 외 식재료 값을 올리지 않은 식품 업체들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불안하면 가격을 올려야 매출 부진을 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I사태와 국정혼란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가격을 올리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식재료와 같은 필수 소비재는 특성상 평소 가격이 통제되다가 정권교체기에 전반적으로 가격인상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며 “정권 교체 전후로 감시망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정부가 감시 활동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