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0일 여느 때보다 강력한 재벌기업 개혁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배구조 개선 방안부터 제2금융권 등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이다.
과도한 시장규제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기업이 97년 경제모델에 안주해 혁신하지 않고 정경유착만 일삼아 개혁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 포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재벌 지배구조 개혁 방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방안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우선적으로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삼성, 현대차, SK, LG가 우선 타깃이란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이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경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10대 재벌의 과도한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순자산의 30% 내에서만 국내 타 회사에 출자를 할 수 있도록 10대 재벌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10대 기업 중 5개사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현대중공업과 롯데도 곧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것을 감안하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 재벌의 문어발 확장 방지를 위해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한다는 게 문 전 대표의 구상이다.
재벌 소유의 제2금융권을 재벌 지배에서 독립시키고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구상도 나왔다. 이 정책이 현실화하면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가진 삼성, 현대차, 한화그룹 등이 직격탄을 맞는다.
국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런 공약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 재벌기업이 혁신은 하지 않고 산업화 시대의 기득권만 갖고 정경유착을 일삼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친기업 정책을 펴 온 새누리당은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내고 “문재인식 재벌개혁은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는 기업 길들이기의 재탕삼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힘이 빠진 데다 조기대선 국면임에도 이렇다 할 주자가 없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정이 비슷한 바른정당은 아예 논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