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이 증시 상승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217개 기업의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4조6100억 원) 대비 42.2% 증가한 수치다.
시장의 눈높이는 4분기 실적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1개월 전 실적 컨센서스는 34조5400억 원으로, 현 시점과 비교하면 1.3% 증가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4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12월에 상향 조정된 것은 최근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전망이 감익 대신 증액되고 있다는 점은 최근 수년간 반복됐던 패턴과 다른 양상”이라고 전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약진이 돋보일 전망이다. 4일 현재 코스피 시총 상위 20개 기업 중 컨센서스가 없는 삼성화재를 제외한 19개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20조7000억 원이다. 2015년 4분기 이들 기업의 실적은 16조2900억 원이었다.
오는 6일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대장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2000억 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33.6%, 전분기 대비 57.6% 개선된 실적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은 8조 원 중후반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업부의 가격 상승 효과와 IM(정보통신(IT)·모바일) 사업부의 갤럭시노트7 관련 일회성 비용 소멸이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3D 낸드(NAND)와 플렉시블 OLED의 독보적인 경쟁력과 스마트폰·TV의 브랜드 파워로 현재 삼성전자의 이익 안정성은 역사상 가장 높은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다수 기업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50% 이상 증가한 7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광고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 흐름을 타고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3000억 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이익 개선이 개별종목을 넘어 증시 상승을 이끌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야말로 몇 년간 이어진 지루한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인 셈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기업들의 이익 개선세는 글로벌 경제 훈풍을 타고 올해 1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스피는 연중 박스권 상단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복적인 전망치 상향 조정을 거치면서 실적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추가 상승 기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들어서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 주가가 오히려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