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과 독대한 후 그가 추진하는 기술펀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The SoftBank Vision Fund)’의 자금 모집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모바일칩 업체 퀄컴이 3일(현지시간) 비전펀드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퀄컴의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1000억 달러(약 121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같은 차세대 기술에 투자할 계획이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펀드 자금이 목표액에 거의 가까워졌다며 수주 안에 정식으로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비전펀드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향후 5년간 250억 달러를 출자할 것이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최대 4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아부다비와 카타르 등의 국부펀드들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알려졌다.
앞서 WSJ 등 주요 외신은 지난달 애플이 비전펀드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출자하는 방향으로 소프트뱅크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퀄컴의 참여로 다른 미국 IT 대기업들도 비전펀드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과 퀄컴 모두 스마트폰을 넘어서 새 성장동력을 개척하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손 회장의 비전펀드에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비전펀드에 합류하면서 소프트뱅크와 함께 무선통신업계에서 강력한 삼각편대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퀄컴은 ARM홀딩이 설계한 칩을 라이선스 생산하고 있으며, 애플에는 아이폰용 칩을 납품한다. 또 소프트뱅크와 스프린트는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다.
손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2013년 미국 이통사 스프린트를 사들였으며 지난해에는 영국 반도체칩 설계업체 ARM홀딩을 320억 달러에 인수해 사물인터넷(IoT)에 본격적으로 베팅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와 만나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