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북동쪽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1일(현지시간)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개통됐다.
1929년 구상된 이후 100년 만에 맨해튼 96번가, 86번가, 72번가를 잇는 새 지하철 노선이 운행을 시작한다고 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2번가 지하철’로 불리는 새 노선은 63번 거리에서 끝나던 기존의 Q 노선을 북쪽으로 연장해 72번, 86번, 96번 거리를 이은 것이다.
2번가 지하철이 구상 이후 개통까지 오래 걸린 이유는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공사를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1957년 NYT 1면에는 “2번가 지하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릴 정도로 지하철 개통은 무산된 듯 보였다. 1972년에 공사를 재계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뉴욕 재정위기로 실현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2007년 뉴욕시가 강하게 추진해 2013년 본격적으로 노선 연장 작업에 착수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날 96번가 역에서 열린 개통식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했다. 그는 “역으로 내려왔을 때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는지 시민들이 느끼길 바란다며”며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피커를 잡은 쿠오모 주지사는 “저는 운전을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2번가 지하철역의 특징은 현대적이라는 점이다. NYT는 쾌적한 분위기에 쥐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은 1994년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뉴욕시장실 산하에 ‘설치류 태스크포스’팀을 만들 정도로 쥐가 득세하는 곳이다. 현 시장 빌 더블라지오도 2015년에 뉴욕시 쥐 퇴치 관련 예산으로 290만 달러(약 35억 원)를 책정할 정도였다. 새로 개통된 2번가 지하철역에는 아직 쥐를 발견할 수 없고, 오래된 뉴욕의 지하철과는 달리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모두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것은 당신의 할아버지 대의 지하철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2번가 지하철 개통식을 찾은 뉴요커들은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사는 벤튼은 벽면의 모자이크 장식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기쁨을 표했다. 역의 벽면은 미국의 척 클로스 극사실주의 화가와 브라질 출신의 비크 무니스 화가 등 유명 예술가가 디자인한 모자이크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뉴요커들은 모자이크 앞에서 사직을 찍고 작품에 대해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퀸즈에 사는 아드리아나 뮤네톤은 작품을 감상하며 “이것은 믿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그것도 무료로”라고 덧붙였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사는 이안 핀토는 그의 두 아들과 함께 열차에 앉아 일요일에 모든 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일은 내 인생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