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10곳 중 8곳은 올해는 전년보다 투자를 줄이거나 동결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의 경우 더 심각했다. 전년보다 늘리겠다는 대기업은 설문 대상 중 단 1곳에 불과했다.
본지가 국내 주요 대기업 및 대기업 집단 23곳을 대상으로 2017년도 투자ㆍ고용 계획과 경영환경 전망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들은 올해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보고 투자와 고용을 지난해보다 줄이거나 동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15개 기업(65.2%)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4곳(17.4%)은 ‘전년 대비 10% 이상 축소’한다고 답했고, ‘전년 대비 20% 이상 축소’한다는 응답도 1곳(4.3%)에서 나왔다. ‘전년보다 더 확대한다’는 곳은 3곳(13%)에 그쳤다.
이들 대기업은 고용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단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과 비슷하거나 더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먼저 가장 많은 18곳(78.3%)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고용 동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년 대비 10% 이상 축소한다’는 답변도 3곳(13%) 나왔고, ‘20% 이상 축소하겠다’는 곳도 1곳(4.3%)이 있었다. ‘전년보다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곳은 1곳(4.3%)에 불과했다.
대기업 19곳(82.6%)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외환위기(1997), 금융위기(2008)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했다.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란 답변은 2곳(8.7%), ‘위기 상황이 아니다’란 답은 1곳(4.3%)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14곳이 ‘정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제 불안요소 증가(정국 혼란)’를, 10곳이 ‘내수, 수출 심리 위축, 매출 급감 등 경영환경 침체’를 각각 선택했다. 또 9곳이 ‘교역 둔화와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심리 위축’를 지목했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 상황 변화에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년과 비교한 올해 경제환경에 대해서는 16곳(69.6%)의 기업이 ‘전년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답했다. ‘전년과 비슷할 것’이란 답변은 6곳(26.1%)이 나왔고, ‘전년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답한 기업은 1곳(4.3%)에 불과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내부 경영환경을 묻는 질문에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13곳(56.5%)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이어 ‘수익성 악화’란 답변이 6곳(26.1%)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기업들의 기존 주력사업이 정체를 겪으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신성장동력 발굴이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 상황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사업구조 개편(1곳, 4.3%)’, ‘인력 구조조정(1곳, 4.3%)’ 등을 중요한 내부 경영환경으로 꼽았다. 기타 의견으로 ‘신사업 안정화’, ‘근원적 경쟁력 등 내실을 다지는 시기’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 회복 예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2018년 하반기 이후’라는 답과 ‘2018년 상반기’라는 답이 각각 10곳(43.5%)으로 같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확실성에 대기업들도 경기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당분간 기업들은 적극적ㆍ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로서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경쟁력, 기본적인 힘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