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정유년, 유통업체 갑질 근절 원년 되길

입력 2017-01-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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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갑질’은 갑을 관계에서의 ‘갑’에 좋지 않은 행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 지난해 12월 초에 썼던 칼럼이 ‘갑질고객’에 대해 논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고질병처럼 고쳐지지 않는 유통업체의 갑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지난해에도 유통업계의 갑질은 끊이지 않았다. 모 그룹의 계열사인 A사는 재고 소진을 목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면서 행사 비용 일부를 납품업체에 전가했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구매한 상품은 재고와 판매 비용을 유통업체가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며 연매출이 수조 원에 달하는 A사는 입점을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행사 비용을 뜯어냈다. 이 회사는 또 매장 내 독점 진열을 보장해 준다며 수억 원을 받으면서도 이를 계약으로 인정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러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대형 유통업체인 B그룹 내 외식업체들은 최근 1년간 연차휴가수당과 휴업수당,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은 물론 근로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하는 ‘임금 꺾기’ 등의 수법으로 수만 명에게수십억 원에 달하는 임금을 체불했다. 이 그룹은 사회적인 비난 여론과 함께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사과문을 올리고 관련 계열사의 대표를 해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련 규정을 모를 리 없는 대기업이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임금을 체불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임금과 관련한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에 갑질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놀라움을 더한다. 고용노동부가 커피전문점 등 프랜차이즈와 백화점, 아웃렛 등 대형유통부문 4005곳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을 시행했다.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중 77.6%에 달하는 총 3108곳에서 임금 체불, 근로조건 서면명시 위반, 최저임금 미지급 등의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상반기와 비교해 사법 처리는 1.5배, 최저임금 등 금품 위반은 1.6배 증가한 수치다. 주요 위반내용을 보면 1325곳은 주휴수당 등 각종 임금 미지급액이 43억3000만 원에 달했다. 238곳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했고, 2717곳은 근로조건 서면명시 위반 등을 저질렀다.

조사 대상이 전체 유통업체 중 일부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갑질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 당국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유통업체들의 갑질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그 수법도 치밀해져 납품업체들의 부담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감독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엄중한 처벌이 시급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유통업체 역시 갑질은 결국 제 살을 깎아 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기업 윤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갑질하는 기업에는 ‘불매운동’이라는 철퇴를, 자발적으로 나서서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기업에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린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정유년 새해는 갑질을 근절하고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근로자가 상생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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