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로부터 받는 특허권 사용료만 연간 1조5000억 원이 넘는 ‘특허괴물’ 퀄컴이 1조 원대의 과징금을 받으면서 휴대폰 단말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다수 스마트폰이 퀄컴에 특허세를 내고 있는 만큼 추후 단말기 가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그동안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단말기 가격의 약 5%에 해당하는 특허권 사용료를 받았다. 퀄컴은 휴대전화의 핵심 통신 부품인 칩세트(chipset)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칩세트가 아닌 단말기 가격 기준으로 특허 사용료를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료를 정액이 아닌 비율로 정하다 보니 고가의 스마트폰일수록 더 많은 금액을 수령했다.
국내 제조사들이 퀄컴에 지급하는 특허 사용료는 연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조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퀄컴 특허를 사용하는 다른 칩세트 제조사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퀄컴이 자신의 특허를 사용하는 칩세트 제조사들이 지정된 판매처에만 칩세트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일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세트는 휴대전화 가격의 10% 수준이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세트는 100달러 이상으로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이번 조치를 통해 휴대전화 제조사의 특허 사용료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는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퀄컴에 “정당한 대가 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하는 등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제조업체가 퀄컴의 특허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부당한 계약 조건 강요를 금지했고, 퀄컴이 다른 칩세트 제조사의 판매 활동을 제한할 수 없도록 했다.
명령대로 시행된다면 퀄컴이 일방적으로 정한 비율제 특허료 계약을 바꿀 수 있고, 인텔 등 경쟁 칩세트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해도 퀄컴에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퀄컴이 공정위 결정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장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결정은 공식 의결서가 나와야 효력을 발휘하는데 통상 의결서가 나오기까지 4∼6개월이 걸린다.
퀄컴은 의결서를 받는대로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는 일단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단말기 가격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의 특허권 계약에 적용될 가능성이 큰데 신제품에는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단순히 칩세트 특허권 사용료만을 두고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퀄컴이 불복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휴대폰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