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습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2차대전에 대한 책임 인정이나 희생자에 대한 사죄 언급은 없이 미·일 양국 동맹만을 강조하면서 외교 행보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와이주 진주만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공동 헌화했다. 양국 정상이 이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정상은 진주만 공습으로 숨진 이들의 이름이 적힌 위문 벽 앞에 다가가 헌화하고 나란히 묵념했다. 애리조나기념관은 1941년 12월7일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국 함정 애리조나 함 위에 세워진 희생자 추모 기념관이다. 이보다 앞서 아베 총리는 하와이에 도착해 태평양전쟁 미국 참전 병사들이 묻혀 있는 미국 국립태평양기념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묵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헌화에 나섰지만 2차대전에 대한 사죄나 반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일 간의 화해와 동맹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면서 “전쟁에서 싸우던 미국과 일본이 이제 ‘희망의 동맹’이 됐다”면서 “세계인에게 진주만이 화해의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아베 총리가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으나 진주만 공습에 희생당한 이들에게 “용감한 남성과 여성”이라며 경의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도 히로시마 원폭지에 방문했을 당시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베 총리 역시 진주만 방문에서 사과 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를 찾아 원폭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때 원폭 투하 책임에 대해 사과를 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