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시장의 대표적 특징은 액티브 펀드의 부진과 인덱스 펀드의 약진이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히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형 정치 이벤트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식형펀드가 외면받았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금리 하락기를 거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에 따라 지수추종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펀드시장을 이끌어왔던 주식형 펀드는 올해 손실을 내면서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다. 대신 채권을 중심으로 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23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0.71%로 집계됐다. 설정액은 8조2454억 원이 이탈했다.
반면 금리 하락기를 거치며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한 채권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에 채권형 펀드 역시 자금이 지속적으로 몰렸다.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1.35%였고 같은 기간 유입된 자금 역시 4조3571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금 유입이 집중된 상반기에 비해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높아진 하반기부터는 자금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개월(23일 기준) 동안 채권형 펀드에서는 1조5777억 원이 순유출됐다.
투자자들은 기존 펀드의 부진이 이어지자 다른 유형의 상품을 찾아 나섰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중수익·중위험의 혼합형 펀드와 부동산 펀드 등 대체 펀드가 각광을 받았다.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하이일드펀드를 찾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전욱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2본부장은 “올해 펀드시장은 채권을 중심으로 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채권형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됐다”면서 “반면 주식형 펀드에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만큼 환매도 나왔다. 변동성에 노출된 주식형 펀드 상품들에서 환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펀드의 경우 그간 사모 중심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공모 형식을 도입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해외 부동산 매물을 대상으로 한 상품에 저금리 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올해 해외 부동산 펀드에는 2520억 원의 자금이 몰렸고 수익률 역시 9.04%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부동산 펀드의 경우 올해 수익률(-11.68%)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설정액도 1786억 원 유출을 보였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수익률(-2.89%)을 나타냈다. 자금은 1조738억 원이나 빠져나갔지만, 비과세 혜택에 힘입어 신흥아시아 국가 주식에는 4517억 원이 유입됐다. 이런 와중에도 원자재 가격의 반등으로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 부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성과를 냈다.
아울러 내년 주식형 펀드가 오랜 부진을 털고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해외 펀드 역시 그동안 선방한 베트남 펀드와 최근 시작한 선강퉁 관련 펀드가 성과와 무관하게 관심이 높다. 내년까지 비과세 제도가 이어지는 만큼 국가별로 호재가 있는 해외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나왔다. 미국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공동 감산 합의, 국제 정세 변화 등 시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김전욱 본부장은 “올해 미국 대선 이후로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라고 펀드 자금 이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난 7~8년이 채권형으로 자금이 유입됐던 시기였다면 내년 이후부터 주식형 등 위험자산에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변화는 시작됐다. 긴 그림의 전환기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는 매년 똑같은 전략을 얘기했다. 투자전략으로 배당이나 인컴, 일드를 몇 년 동안 얘기했는데 이게 바뀌는 전환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시간 저금리 기조에 맞춘 투자전략을 세웠는데 기존의 방식에 기대치가 낮아지는 만큼 투자포트폴리오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