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기 위해 26일(현지시간) 밤 출국한다고 일본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27일 낮(한국시간 28일 오전)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한 애리조나 함 기념관에서 헌화할 예정이나 ‘사죄’는 표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만은 태평양 전쟁의 발단이 된 곳이다. 75년 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2400여 명의 미군과 민간인을 숨지게 했다.
아베 총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진주만 공격으로 침몰한 미국 전함을 기념하는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 현직 총리 최초의 진주만 방문이라고 밝혔지만, 교도통신에 따르면 현직 총리로서 네 번째 진주만 방문이다.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은 헌화 뒤 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곳에서 ‘사죄’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도 연설에서 사과의 표현은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해 회담이 끝나고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아베 총리와 함께 10분 정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둘러본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이번에 진주만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도 연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바마의 지난 5월 히로시마 방문과 이번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모두 미래 지향적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양국의 노력이다.
일본 지도자들이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은 그동안 일본 내 반발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보수 정치인 아베 총리는 민족주의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를 추진했다. 진주만 방문을 발표한 뒤 일본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일부 일본 매체들은 진주만 방문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하와이 호놀룰루 시내의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와 2001년 2월 일본 에히메마루호가 미국 원자력 잠수함과 충돌한 사고로 희생된 일본 고등학생들을 추모하는 위령비도 찾을 예정이다. 한국 시간으로 28일 밤에 일본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