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발발한 임진왜란을 사회경제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책이 나왔다. “임진왜란은 상인의 전쟁이었다”고 주장한 소설 ‘상인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상인의 전쟁’은 이경식ㆍ김동걸 작가의 공동창작 소설이라는 데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지극히 개인적인 문학이기 때문에 공동창작 소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
저자들에 따르면 김동걸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임진왜란 관련 자료를 모으고 주제를 정리한 뒤 이야기의 큰 틀을 마련했다. 이후 이경식 작가가 구성과 문체를 정리해서 소설을 완성했다. 특히 임진왜란을 사회경제사적인 측면에서 바라봤음에도 두 사람의 인식이 다르지 않았기에 공동창작이 가능했다.
저자인 이경식은 “김동걸 작가가 문단에 먼저 데뷔를 했지만, 역사 교사로 재직하면서 생활인으로 바쁘게 사느라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은퇴한 뒤에야 변광조 이야기를 비롯해 몇 개의 이야기를 정리했다”며 “스토리 상태의 변광조 이야기 원고를 내게 넘겼고, 이 내용을 다듬고 구성해 ‘상인의 전쟁’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조선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변광조는 운명을 좇아 명나라로 갔다가 해적이 됐고, 나중에는 유구국(오키나와)의 거상이 된다. 그는 조선에서 전란이 일어나자 일본이 조선을 삼키면 자기가 구축한 상로(商路)가 쓸모없어질 것임을 알고는 어떻게든 조선을 도우려 한다. 이 과정에 일본 수군의 서진을 막고 있던 이순신, 한양 방어작전을 펼치던 권율에게 물자를 공급하며 전란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사실 변광조라는 인물은 완전히 지워져 그 존재조차 후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순신로드연구회 연구실장인 김동걸 작가는 ‘난중일기’에 나오는 변광조라는 인물을 이순신과 권율에게 그 많은 물자를 공급한 주인공으로 봤다. ‘난중일기’에는 “변광조가 와서 만났다”는 한 대목만 나오지만 저자들은 우연히 구한 별도의 고서를 통해 변광조의 행적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변광조에 대한 각종 기록이나 문집은 그와 함께 손잡은 광해를 쫓아낸 서인당파에 의해 지워졌고, 일본에 의해 조작됐다. 임진왜란 때 자신들을 철저하게 속이고 골탕을 먹였던 변광조를 역사 기록에 살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변광조라는 인물은 패배의 쓰라림과 수치의 아이콘이었다.
저자들은 “‘상인의 전쟁’은 변광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 거머쥘 수 있었지만 놓쳐버리고만 근대화의 기회를 조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