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달 15일 통계청이 집계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비임금근로자는 전년 동월보다 15만3000명 늘었다. 이 중 자영업자는 14만1000명(2.6%) 증가했는데, 이는 2012년 7월 이후 최대 규모다. 무급가족종사자 역시 1만1000명(1.0%)이 늘었다. 구조조정 여파로 길거리로 내몰린 실업자들이 생업에 뛰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올해 9월까지 조사된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30만 명 넘게 급증했다.
세종시 역시 일반음식점 등의 창업이 비교적 활발한 지역이다. 상권 형성에 가장 핵심 요소인 인구의 유입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의 주민통계를 살펴보면 올 10월 기준 세종시의 인구는 23만8533명이다. 3년 전 11만8745명에 비해 약 2배가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 보니,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마다 창업하는 음식점들로 채워지고 있다. 세종시에서 조사한 식품접객업 신고현황을 보면 올 1분기 평균 50 ~ 60건에 불과하던 음식관련 창업 건수는 2분기 들어 증가세를 보이더니 하반기에는 평균 80여 건에 달했다.
하지만 올 9월 전후로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올 상반기 폐업 건수가 평균 10여 건에 불과하던 것이 9월 전후로 두 배 이상 늘어난 20여 건을 훌쩍 넘겼다. 지난 9월 28일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폐업신고를 하거나 겨우 버티던 음식점들이 문을 닫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는 세종시의 태생적인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 현재 이곳에는 40여 개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1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이전을 마치면서 1만5000여 명의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컨벤션산업의 세계적인 메카로 뜬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하이테크 산업을 리드하는 실리콘밸리 등과 같이 소비와 산업 기반의 특화도시 성격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이들 특화도시들이 자생력을 갖춰 상권이 활발한 반면, 세종시는 행정도시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계획도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세종시 소비활동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에는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각 중앙부처는 올해 송년회를 조용히 치르자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각 부처에서 진행하는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A부처의 경우 당초 만찬으로 송년회를 준비했지만, 최근에 취소하기로 했다. B부처도 만찬 송년회를 오찬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연말 특수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의 음식점이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 이유이다.
정부 역시 김영란법이 소비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 늦기 전에 대응책을 마련해 세종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웃음소리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