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전성시대.’올해 계속된 불황과 각종 사건으로 얼어붙은 소비 절벽에도 편의점 업계는 나 홀로 호황이다. 통계청 기준으로 4가구 중 1가구가 ‘싱글족’일 정도로 1인 가구가 급증한 가운데 가성비 높은 PB(자체브랜드) 상품을 내세워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의 저성장에도 편의점은 고성장 중이다. 2013년 1.2%에 불과했던 편의점 시장 성장률은 2014년 4.7%에 이어 지난해에는 11.4%로 급성장했다. 매출 규모 역시 2013년 12조8000억 원에서 2014년 14조8000억 원, 지난해 17조200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9.3% 성장하며 약 2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2012년부터 규제 강화와 온라인 시장 확대 등으로 한 자릿수 성장률에 그쳤다.
편의점의 이러한 고속성장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편의점의 진화로 인한 것이다. 과거 음료와 과자 위주로 단순 상품 판매에 그쳤던 편의점은 가격은 싸지만,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이른바 ‘칩시크(cheap chic)’상품과 서비스를 전달하고 있다.
이같이 가성비를 내세운 도시락과 원두커피 등이 편의점 매출의 상위권을 차지한 일은 편의점 27년 역사상 유례없던 일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체 카테고리의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74.6%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151.4%, 152.3% 증가한 이후 매년 40~50%의 증가율을 보이다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로 GS25의 상품 순위 10위를 매출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해 도시락 상품은 ‘김혜자바싹불고기도시락’과 ‘홍석천치킨도시락’ 2개나 이름을 올렸다.
CU(씨유)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도 도시락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약 3000여 개 품목 중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배 뛰었다. 특히 ‘CU 백종원 한판 도시락’은 바나나 우유와 소주 등 수년간 1위를 수성해온 스테디셀러를 밀어내고 매출 1위(담배 제외)를 기록했다. ‘CU 매콤불고기 정식’과 ‘매콤 한입 돈가스&소시지 정식’이 10위 안에 들며 매출 상위 10개 품목에 3가지 도시락이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가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발판으로 국내 커피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1월 세븐일레븐이 ‘세븐카페’를 연 데 이어 지난해 말 CU는 ‘Cafe GET’, GS25는 ‘Cafe 25’를 각각 론칭하며 원두커피 전성시대를 열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세븐카페 판매점은 지난해 1월 20개 점에서 지난해 말 1000개 점을 돌파했다. 이어 12월 현재 전국 4200여 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약 12만 잔의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CU의 즉석 원두커피 매출도 2014년 32%, 2015년 41% 성장하더니 올해(1~10월)는 전년 대비 63%까지 크게 뛰었다. GS25도 론칭 후 11개월 만에 2000만 잔 돌파했으며 판매 점포가 증가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각각 268.4%로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이 당분간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차별화된 PB상품이 더 많이 출시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른 1인 가구 소비층의 발길을 붙잡을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보다 PB상품의 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1인 가구와 신규 점포 증가로 편의점이 차별적인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매출 총이익률이 일반상품 대비 3~4%p 높은 편의점 전용 PB상품의 매출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