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가 갑작스럽게 삼성전자에 TV용 LCD 패널 공급 중단을 선언한 진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샤프와 삼성의 가격 협상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혼하이와 샤프가 공동 운영하는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츠(SDP)는 전날 삼성 측에 내년부터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은 40인치대 이상 TV용 LCD 패널 약 200만~300만대를 메꾸기 위해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삼성은 샤프의 최대 고객으로 지난해 생산한 TV의 약 11%에 해당되는 500만 대의 패널을 SDP와 샤프에서 조달했다. 신문에 따르면 삼성에 32인치 패널을 공급하는 샤프 가메야마 제2공장도 거래를 계속할지는 불확실하다.
샤프의 거래 중단 선언과 관련해 일각에선 샤프의 모회사인 혼하이정밀공업 궈타이밍 회장의 반한 및 반삼성 정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혼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은 평소 아시아 전자업계의 정점에 서 있는 삼성에 공공연하게 경쟁 의식을 표출해 왔다. 그는 샤프 인수에 즈음해 “양사가 협력하면 삼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문은 샤프가 삼성과의 가격 협상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최대 고객을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에 인수된 샤프는 현재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2018년 3월 마감하는 2017 회계연도에 최종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SDP는 패널 단가 하락으로 인해 적자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다. 이에 샤프는 삼성과의 가격 협상을 통해 적자를 타개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을 요구했으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고, 결국 글로벌 TV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미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대만 언론들은 이번 거래 중단이 ‘선전포고’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샤프는 모회사인 혼하이와 합작해 자체 브랜드 TV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LCD 패널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삼성에 공급하던 물량을 자사 TV용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리서치업체 IHS테크놀로지는 신문에 “혼하이와 샤프는 TV용 패널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며 “신흥국에서 대형 TV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패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IHS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샤프 TV 판매를 확대하고자 패널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샤프는 자사 LDC TV 브랜드인 ‘아쿠오스’의 글로벌 판매 대수를 2018년에 현재의 약 두 배인 1000만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혼하이 주도로 중국에 세계 최대 TV용 LCD 패널 신공장을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한 샤프 관계자는 “최대 고객을 잃으면 공장 가동률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샤프의 TV 판매가 예상에 못미치면 재고가 남아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은 라이벌인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와 대만 AUO에도 공급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TV용 패널 공급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조달처를 변경하면 제조공정도 바뀌어 비용이 들어 협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