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미국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 장기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국내 정책 금리에 변화가 없더라도 국내 금리가 따라 올라가고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변동금리 대출 700조∼800조… 금리 1%P 오르면 年 8조 추가 부담 =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95조7531억 원이다. 1년 새 130조 원 이상 불어났다. 지난 10월과 11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각각 7조5000억 원과 8조8000억 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이미 1300조 원을 넘었다.
저금리 상황에서 폭증한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오르면 갚아야 할 빚의 총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은행권 고정금리 대출비중(올해 9월 기준)이 4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00조∼800조 원은 금리 변동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정된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연간 7조∼8조 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고정금리로 분류되는 대출도 대부분 3 ∼ 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혼합형 금리대출’이라 금리 상승에서 계속 자유롭지는 않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교수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면 한은이 동결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가계부채 건전성 면에서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소비 위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1 ∼ 2년은 변동금리, 3년 이상 고정금리 유리 예상 = 전문가들은 대체로 당장 고정금리만을 선택하거나 고정금리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탓에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변동금리 대출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내외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이 잇따르면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어 적당한 시기에 고정금리로 갈아탈 것을 권한다.
현재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는 연 3.0%, 고정금리는 3.5% 수준이다. 0.5%포인트의 금리 차이가 나는 만큼 이를 고려해서 일단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후 국내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라는 조언이다.
KEB하나은행 강남파이낸스 PB센터의 양재혁 PB팀장은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진 못할 것이고 한국도 가계부채 때문에 당장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1 ∼ 2년은 변동금리를, 3년 이상 받을 시에는 고정금리를 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