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강달러 역풍에 홍콩·사우디 등 휘청…달러페그제 끝나나

입력 2016-12-14 08:17 수정 2016-12-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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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급감·자본유출 등 타격 받을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달러페그제를 채택한 국가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이들 국가가 달러페그제를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달 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시작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돼 강달러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2년간 강달러 흐름에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등이 치솟는 물가와 자본유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달러페그제를 폐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들 국가보다 더 오랜 기간 견실하게 달러페그제를 유지했던 홍콩,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국가에 쏠려있다.

에릭 로너건 M&G인베스트먼츠 펀드매니저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강달러 속에서 세계 각국이 버틸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금융위기가 올지가 가장 큰 의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홍콩과 사우디 등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자국 통화 가치를 달러화에 연동하는 페그제를 채택했다.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당국은 달러화를 팔고 자국 통화를 매입하고, 반대 상황이 벌어지면 달러화를 매입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환율을 유지한다. 이에 강달러가 계속되면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고 자본유출이 가속화하는 등 취약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강달러 여파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달 신흥국 주식·채권펀드에서 242억 달러(약 28조2400억 원)를 빼냈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의 저유가와 달러화 강세로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다. 사우디와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외환보유고가 정점에 달했던 2014년 중반 이후 지금까지 총 2000억 달러 감소했다.

또 홍콩은 달러화 강세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 절하하게 되면 본토 방문객의 지갑이 닫히고 투자가 줄어드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홍콩은 지난 1월 위안화 급락으로 홍콩달러화 가치도 31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른 국가보다 견실한 상황인 홍콩과 사우디가 페그제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토머스 콴 하베스트글로벌투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홍콩은 달러페그제를 30년 이상 유지해 왔다”며 “이 기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등 대규모 투기세력의 공세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산유량 감축 약속에 국제유가도 다시 올라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어 중동 국가들의 부담을 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 강달러 압력은 여전하기 때문에 홍콩과 사우디 등의 페그제는 여전히 시험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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