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이 12일 탄핵정국 수습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합의 20분 만에 여당 원내지도부가 당직 사퇴를 선언하는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히면서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한 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 여부 결정까지는 최장 180일이 소요된다. 그동안 ‘과도 정부’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사실상 여야와 정부가 함께 국정을 운영하자는 취지다. 여야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 3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실무협의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협의체 참석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국민의당은 각 당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형태의 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의장과 각 당대표, 경제부총리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는 협의체 자체를 부정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여야정 협의체 자체로 협치가 되면 얼마나 좋겠냐”면서도 “그런데 믿어지지 않는다. 야당이 시도하고 제안하는 그 어떤 것도 신뢰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는 “협의체가 가동하면 야당은 각종 요구를 해 올 것이고,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것을 빌미로 공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후 곧바로 사퇴를 선언했다. 당장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 원내대표 선출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러닝메이트인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다.
어렵사리 여야정 협의체가 출범한다 하더라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협상,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수정 여부를 놓고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