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기관들이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2.5%로 내년 전망치를 발표한 가운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3%에서 2.6%로 대폭 하향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전망치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2.6%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 6월 전망 예상치와 같지만, 내년 전망치는 3.0%, 2.6%로 0.4%포인트나 낮춰잡았다. OECD는 △세계 무역 회복 부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공백 △구조조정과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등이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지난 27일 산업연구원도 ‘2017년 경제ㆍ산업 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했다. 올해 전망치 2.7%보다 0.2%포인트 내린 수치다. 내년 국내 경제가 움츠러드는 원인으로는 올해 성장을 견인했던 건설투자가 대폭 둔화되고 가계부채 부담과 구조조정 여파에 부진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목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지난 6월 기재부는 3.0%를, 10월 한은은 2.8%를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2.7%로, 민간 연구기관은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2%, 2.2%, 2.6%를 예상한 바 있다.
이처럼 경제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를 다시 낮추고 있는 것은 연구기관들 대부분이 최근 불거진 정치ㆍ경제적 악재들을 새롭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들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호 무역주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5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은 2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에 달러 강세라는 수출 호재를 맞았지만,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반영하듯 노무라 증권은 아시아 수출국 가운데 한국이 트럼프 당선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국정공백이 우려된다.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경제대응이 시급하지만, 정치적 이슈에 국정이 마비된 상태다.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의 기본 틀을 제시할 자리에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언제까지 재임할지, 임종룡 후보자가 취임할 수 있을지 모두 안갯 속이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도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2.8%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앞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한은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월 금통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날 발표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내년 2.8% 성장전망은 대외여건 호조를 전제한 것이므로, 향후 여건 변화 가능성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됐다.
이에 대해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상치 않게 트럼프가 당선된 부분이 우리나라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대내적으로는 최순실 여파에 따른 콘트롤 타워 부재도 문제되고 있다”며 “내년도 성장률은 올해 성장률에 기반해서 작성되는데, 최근 사태를 반영할 때 (성장률) 감소폭은 더 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적 불안 및 트럼프 당선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개연성이 있다”며 “다만 1월에 새로운 전망치를 발표하는 만큼 트럼프 취임 이후 각료 변화 등을 지켜본 뒤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련의 대내외 사태들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로 구체화되지는 않아 성장률을 따지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효과는 미국경제 호황이라는 긍정적인 부분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부정적인 점이 혼재됐다”며 “영향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내부적으로 그대로 유지되거나, 혹은 소폭 하향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