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완전 판매를 예상했던 부동산 공모펀드마저 경기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침체기에 강하다는 부동산 공모펀드 판매실적이 목표치의 65%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부동산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사가 서울 중구 퍼시픽타워에 투자하는 ‘이지스코어오피스제107호공모부동산투자회사’ 펀드 공모 결과 얘기다.
이지스는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투자금 총 1855억원 규모를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결과 약 1200억원 가량 판매됐다. 회사는 펀드 판매대금과 융자금 2400여억원을 합해 서울 중구에 있는 퍼시픽 타워를 매입할 계획이다.
공모를 하기 전만 해도 관련 업계는 완전 판매를 장담했다. 그만큼 공모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침체기에는 개인이 직접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보다 운용사 등에게 돈을 맡기는 간접 투자가 오히려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랬던 투자상품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이지스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의아해 하는 눈치다.
그래서 이번 이지스 공모 펀드 판매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장 상황에 비해 공모 규모가 너무 컸다는 얘기에서부터 수익률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측은 수익률을 연 6.5%로 예상했으나 각종 수수료를 떼면 4%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 4%의 수익이 적은 것은 아니다. 저축금리의 3배 수준이다. 그런데도 판매실적이 저조한 것은 그동안 호황기간에 누린 투자수익이 너무 많아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의미인지 모른다.
아니면 앞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돼 회사 측이 예상한 수익률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정국 불안으로 경제가 더욱 나빠지고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 또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강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앞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런 진단의 배경으로 부동산을 사랑했던 삼성그룹이 자사 사옥 등을 매각하는 분위기이고 눈치 빠른 미래에셋 계열 자산운용사가 국내에서 발을 빼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를 꼽는다.
실제 시장 상황도 불확실하다. 오피스 건물 시장은 2년 전부터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형국이었다. 공급 과잉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사무실이 남아돌아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다.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한 건물의 수익률도 계속 떨어져 예전같은 재미를 볼 수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모펀드의 주축을 이뤘던 기관들이 부동산투자 규모를 축소함에 따라 운용사들은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공모 펀드 상품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가 많은 공모펀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모 펀드 상품으로 투자금을 모으려 하는 것은 그만큼 기관투자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프로들의 시선이 차갑다는 뜻 아닌가.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징후가 곳곳에 감지되고 있다.
오피스시장은 그렇다 치고 주택시장도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규제로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급등하던 아파트값을 잡아야 하고 분양시장 호황에 따른 공급 과잉 문제도 해결해야 하지만 한꺼번에 고강도 대책을 내 놓으면 아무리 수요기반이 튼튼하다고 해도 이를 배겨날 재간이 없다.
주택을 포함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제발 국제금융위기 이후 3~4년간 겪었던 거래 절벽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