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선언한 2014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하청업체의 실직자가 약 1만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최근 분사를 결정하며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예고하자, 만성적인 고용 불안에도 버텨온 하청업체 직원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 4만1019명이었던 하청업체 직원 수는 올해 10월 2만8067명으로 1만2952명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 정규직 직원은 2만6841명에서 2만1819명으로 약 5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직원이 1명 퇴직할 때, 하청업체에서는 2명 이상이 실직하는 셈이다.
이 같은 실직 사태와 더불어 최근 현대중공업의 고강도 구조조정 결정에 하청업체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용 승계도 불확실해진 데다, 올해부터는 임금 삭감 조치까지 더해진 탓이다. 2014년 구조조정의 ‘칼바람’에도 하청업체 직원들은 고용 승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청업체의 수를 약 590여 개로 유지해, 일부 업체가 폐업을 하더라도 새 업체가 채워져 고용 승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 이후 2014년 495개였던 하청업체 수는 지난달 478개까지 줄어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의 실직 사태가 내년에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고용이 불안하더라도 임금 수준이 맞아 버티던 직원들이 임금 삭감 조치에 자발적 이직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미래를 체감하고 있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표정은 더욱 안 좋다. 또 다른 사내하청지회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많이 위축됐고,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해 애사심과 충성심이 낮아진 것을 실감한다”면서 “이제는 만성적인 고용 불안에 적응된 하청업체 직원뿐 아니라, 관리직 직원들의 표정까지 어둡다”고 말했다. 하청지회 측은 정부 차원의 고용 유지 지원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요구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분사와 더불어 2014년부터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강환구 사장이 취임한 만큼,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이 앞으로 닥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