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배 연구위원 “금리인하ㆍ재정확대 필요, 부동산 회복해야 가계부채 연착륙”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올해 수출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부동산을 지목했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투자가 올해는 너무 좋았지만 앞으로 꺾일 것 같은데, 급락하면서 내년 경기를 굉장히 나쁘게 만들 수 있다”며 “가계부채는 심각하긴 하지만 부동산경기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위험한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가계부채 상당부분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에 관련된 것인데 가격이 급락하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가격만 급락하지 않는다면 가계부채도 연착륙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부 정책 부분에서 연초까지는 잘해오다가 11·3 대책은 … (아닌 것 같다)”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부동산경기가 거의 꺾이는 상황에서 한 대 더 먹인 게 아닌가 싶다. 그 부분이 부동산경기를 급속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경기는 정말 신중하게 연착륙되도록 해야 했는데, 서서히 진정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도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완화할 대책으로는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를 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필요한 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있는데 지금 현재보다 경기가 나빠지면 재정은 조금 더 확장으로 가야 한다”며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경기급락을 막아야 하니 정책적 판단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된다. 통화정책도 지금은 동결로 가는 게 맞는데 여유만 있다면, 경기가 문제가 된다면 한 차례 정도 더 인하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경기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지면 가능한 수단을 써서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이런 단기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더 악화시킬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지만 당장에 급한 불은 꺼야 한다”며 “올해 예산을 작게 잡아놨는데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할 수 있다. 추경을 효율적으로 못 쓰는 게 사전에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추경을 하니까, 돈을 어디에 쓸지 몰라서 집행도 제대로 안 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경기가 안 좋아질 때는 사전에 어디에 쓸지 추경을 잡아놓고 집행해야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경제 위기 극복 못하면 일본처럼 된다… 경제체질 강화해야”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0월 2017년 경제전망에서 수출부진 지속, 내수활력 저하로 인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2% 수준으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최순실 국정개입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전망한 것이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경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세계 경제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고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정책은 효과가 없다”며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밝혔다.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 노력도 계속돼야 하고 신산업 기반이 되는 인프라 확충과 표준의 정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장을 통해 이뤄지기 어려운 분야는 연구개발 확대 및 인력 육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은 글로벌경기 위축 여파가 예상보다 클 가능성에 대비해 당분간 신축적인 스탠스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하향 흐름이 빨라질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정책은 내년 예산안도 재정수지 적자로 편성했듯이 당분간 경기확장적 기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책보다 지속가능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지출의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급한데 최순실 여파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을 고려해서 완만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며 “장기간 체질 개선 측면에서 보면 장기 충격과 장기 효과에 맞춰야지 너무 단기적 측면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 “기업 구조조정 지연…경기부양 위한 재정 확대 필요”
KDI는 11월 경제동향에서 국책연구원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전반이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해 관심을 모았다.
KDI는 대내외 부정적 여건으로 인해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제조업 생산과 고용이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설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증가세가 축소되면서 경기 전반이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내년에 기업들이 투자를 얼마나 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최순실 사태에 대기업 총수들이 다 검찰과 국정조사에 불려가서 투자 계획을 못 세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야당에서는 법인세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라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또 정치 불안은 미래 불확실성을 키우고 소비도 줄어들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도 잘해야 하는데 최순실 정국에 지연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는 통화정책은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은 세수가 많이 들어와 추경까지 했는데 채권발행을 안 했다”며 “내년에도 재정은 나쁘지 않은 만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 우리를 환율조작국이라고 하는데, 금리를 낮추면 환율을 내리는 거니까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는 건드리기가 힘들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년 연말마다 돈을 풀면 정작 필요할 때 못 쓸 수 있다”며 “미국보다 중요한 것이 중국 경제인데,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 우리 경제에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대희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경제전망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서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재정 쪽 지출과 감세인데 규모가 엄청난 것 같다”며 “실제 그렇게 된다고 하면 미국 경제가 1%대 초반에서 중반 성장하고 내년 3~4%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중국과의 통상 마찰은 우리한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정치적 이슈부터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실제 이달 2일 청와대가 경제팀 수장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했지만, 야당의 강력 반발로 사실상 무산위기에 처했다.
주 실장은 “경제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면 국가가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가 항상 경제보다 상위에 있다 보니 지금과 같이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현상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기재부 장관이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대신 나서서 이끌 수 있는 차선책도 있다”며 “그 만큼 경제 컨트롤타워 자리는 한시라도 비워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종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책보다는 기존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실장은 “현 시점에서 새로운 정책을 꺼내 추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기존 정책 중 시급한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1300조 원을 넘긴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가계부채의 경우 지금 당장 대책을 세워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요인으로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며 “신규 대출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은 반드시 차단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 실장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외교정책에 대해서는 더 분석한 뒤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당장 한국을 상대로 보호무역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