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최대 피해자는 신흥시장

입력 2016-11-24 09:00 수정 2016-11-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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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통화·증시 약세와 채권 금리 급등에 위기…3년 전 ‘긴축 발작’ 악몽 연상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신흥시장이 최대 피해자로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서 투자자들이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 구호에 환호하며 앞다퉈 미국 달러화와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며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약세와 주가 하락, 채권 금리 급등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혼조세로 장을 마쳤지만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증시와 신흥국 증시 성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달러화 강세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두 시장의 차이는 지난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크다.

이에 투자자들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긴축 발언에 신흥국 시장을 혼란으로 몰고갔던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을 떠올리고 있다.

버냉키가 3년 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시사하면서 신흥국 채권시장에 공황적인 매도세가 일어났다. 신흥국 국채 수익률은 급등(가격 하락)하고 통화 가치는 추락했다.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 금리를 나타내는 JP모건체이스의 지수는 2013년 5월 저점인 5.19%에서 2%포인트 뛰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 1개월 전 가장 리스크가 높은 신흥국 채권은 8개월간 20%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해 금융위기가 끝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대선 이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과 금리 급등이 맞물리면서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 8%로 전락했다.

2013년과 지금이 크게 다른 점도 있다. 당시에는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던 기간이 지금보다 길었고 채권은 물론 주식에도 자금이 흘러들어 일부 신흥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선 전 주식에 유입된 자금이 소폭에 그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신흥국이 이미 경상수지 적자 축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한편 연준의 정책 전환이 시장을 뒤흔든 2013년과 달리 현재 신흥국은 트럼프가 제시하는 정책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감세에 따른 미국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가속화는 신흥시장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내건 보호무역주의다. 무역전쟁이 시작되면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지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멕시코와 중국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대선 이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1% 급락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여름 대폭적인 평가 절하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내고 있다.

NN투자파트너스의 마르텐-얀 밧쿰 수석 투자전략가는 “트럼프의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이 실현되면 신흥국 경제성장 신화가 무너지고 높은 채권 금리에 따른 피해만 남을 것”이라며 “이는 매우 치명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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