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2월, 다른 매체에 썼던 ‘임철순 칼럼’의 앞부분이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좀 알 것 같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나라를 망치기 위해서’였다. 의도적인 건 물론 아니다. 하다 보니 그렇게 돼가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떻게 해야 자신과 나라와 국민에 도움이 되고 스스로 내세운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유는 이 세상에 자기밖에 없고 아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모든 게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안심할 만큼 인격이 미완성 상태이고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멋있어 보였던 장면은 물론 있다. 천막당사를 세워 다 쓰러져가는 정당을 다시 일으킨 강인함이 인상적이었고, 고집불통으로 비칠 정도의 ‘원칙 고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거기에 ‘선거의 여왕’이라는 언론의 분식과 미화도 더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은 착시였다. 최순실 씨와의 밀착이나 동생들 배척, 자신을 도운 이들을 내치는 모습에서 드러나듯 박 대통령은 인간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데 미숙하고 공개념이 부족하다. 지금도 미르·K스포츠재단의 조성에 대해 죄의식이 없다. 다른 사람이 사적 이익을 취하고 국정을 농단한 것은 그 사람의 잘못일 뿐 자신의 선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게 바로 독선임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런데 지지자들은 나라와 결혼한 애국소녀, 원칙과 상식의 정치인이라는 착시 속에 표를 주었다. 나는 대학시절부터 그녀를 끔찍히 좋아해온 사람을 알고 있다. 그에게 박 대통령은 연인이었다. 대선기간에 그는 무슨 무슨 단체의 하부의 하부의 하부 조직의 무슨 부장인가를 스스로 맡아 열심히 박근혜 선거활동을 하고 다녔다. 매일 아침 박 대통령 사진에 뽀뽀를 하고 나간다는 말도 했다. 그런 그도 지금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실망과 분노가 크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에서 이탈과 균열, 해체가 가속되는 것은 바로 이런 실망과 분노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배신감이나 반감 모멸감과 달리 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게 분명해졌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했다고 쳐. 그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야?’라는 생각이 점점 더 굳세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골수 지지자나 의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역성들기도 이런 태도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장기 승부다. 성실하게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던 언급도 거짓말, 공문서 유출에 관한 해명도 거짓말이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날의 7시간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명한 바가 없다. 이런 인격의 소유자와 벌이는 싸움은 치열하고 정교한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탄핵(彈劾)은 ‘남의 죄상을 캐어 밝힌다’는 뜻이지만, 글자의 원래 의미대로 해석하면 ‘표적물을 쏘아[彈] 잘라낸다[劾]’는 뜻이라고 한다. 잘라내는 일을 헌법에 맞게 합법적으로 추진하면서 사람을 정확히 보아 공직자를 제대로 뽑고, 사람을 기르고 키우는 것에 대해 국민 전체의 역량을 계발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