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년만에 시장안정화 조치로 국고채 지표물 매입에 나섰지만, 정작 낙찰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 측은 시장 불안심리를 잠재웠다며 당초 취지에 부합했다고 해석한 반면,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손절매가 많아 매도 물량이 부족했다며 한은의 타이밍에 대해 아쉬워했다.
21일 한은은 국고채 단순매입 경쟁 입찰 결과 1조2700억원이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일 발표한 단순매입 규모 1조5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표물은 당초 1조2000억원을 모집했지만, 9800억원 응찰에 그쳤고, 이중 9700억원이 낙찰됐다. 반면 비지표물은 3000억원 모집에 9900억원이 응찰해 3000억원 전액 낙찰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장 마감 무렵 발표해 그동안 시장 불안 심리가 진정된 부분이 있었다”며 “시장 참가자들의 매도 압력이 크지 않았던 부분은 단순매입 효과가 긍정적이었다는 부분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지표물 응찰이 적었던 이유에 대해 한은의 안정화 조치 등에 따라 시장에서 채권 금리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 지표물의 경우 이미 손절매가 다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며 “다만 비지표물은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보니, 매도가 많았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 역시 지표물의 인기가 적었던 이유에 대해 이미 손절매 물량이 많아 매도 물량이 부족했다고 해석했다. 이에 한은의 단순매입 시기가 늦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의 운용역은 “지표물의 경우 이미 로스컷(손절매)이 많아서 매도할 물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며칠 더 일찍 들어왔으면 시장 안정화에 더욱 효과적이었을 건데 한은의 뒷북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채권 시장 금리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던 만큼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기보다는 고점이라고 생각해 매도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 장에서 미국 금리가 반락하는 영향과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수 부분 영향이 컸지만, 한은의 단순매입 효과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은 보합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은 전일대비 1.1bp 떨어진 1.725%를 10년물은 1.2bp 내린 2.120%를 기록했다. 다만, 5년물과 20년물은 각각 0.2bp, 1.4bp 상승한 1.870%, 2.215%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