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올 3분기(7~9월) 2100선을 뚫지 못하고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급락했다. 매출액 지표인 영업수익 역시 대부분의 증권회사에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마이너스 성장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라온 주요 증권사 23곳의 3분기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14개 회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회사들은 지난해 3분기 홍콩 증시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컸던 곳들로 사실상 기술적 되돌림 수준이었다.
3분기 영업이익 하락률이 가장 컸던 곳은 하이투자증권이다. 지난해 3분기 98억81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115억5900만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수익도 4273억9700만 원에서 1356억7900만 원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사모 선박펀드에서 2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해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영업익이 50~60%대로 줄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3분기 1057억6600만 원 이익을 냈으나 올해는 57.32% 감소한 451억3900만 원에 그쳤다. 대신증권 역시 작년보다 64.28% 감소한 175억9700만 원 영업익을 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3분기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위탁 수수료 수입이 줄었다”며 “시장 부진으로 운용수익(자기매매)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도 “지난해는 브로커리지 시장이 호황이어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잘 나온 상황이었다”며 “올 3분기에는 브로커리지(중개) 수익 감소는 물론이고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저축은행 등 자회사의 실적도 크게 떨어져 영업익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 하루 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8조906억 원이다. 직전 분기 평균 거래대금 8조5995억 원보다 6.29% 줄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6.1% 감소했다. 거래대금이 줄면서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도 5%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ELS로 손실이 컸던 회사들은 회복세를 보였다. 한화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3분기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각각 60억5300만 원, 249억6000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의 3분기 파생상품평가 및 거래손익은 771억 원을 기록했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브로커리지 이익 축소를 만회한 곳도 있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2억 원 규모 소폭 적자를 냈지만 IB 부문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봤다. 기존에 5개 팀, 35명 규모였던 IB 부서를 한화투자증권 출신 조병주 상무 영입 후 9개 팀 60명 규모로 확대·개편하면서 주식자본시장(ECM)과 부동산 부문에서 각각 40% 이상 수익이 났다.
IB 전통 강자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영업이익에서 IB 비중을 늘려갔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IB 부문 수익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금리인상, 중국 성장 둔화, 국내·외 정치 불안정성 등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단순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증권사는 성장에 한계가 온 상황”이라며 “먹거리를 찾아 눈을 돌리는 회사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