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내년 금융지주회사 복귀를 선언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KBㆍ하나ㆍ신한ㆍNH농협 등 기존 빅4에서 ‘빅5’ 지주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간 선두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빅4 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327조∼390조 원으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총자산 326조3000억 원의 우리은행이 바짝 뒤쫓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위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금융이 업계 3위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복합 점포ㆍ상품 등 비은행 부문과의 복합영업에서 불리한 우리은행은 내년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증권업 진출이 필수적이다. 우리은행 경영진이 중소형 증권사 인수,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업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자회사로 거느린 우리카드와 우리종금 이외에 비은행 부문이 전무한 우리은행의 경우 은행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은행업 하나만으로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현재 하이투자증권과 ING생명, KDB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전날 사내방송을 통해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플랫폼 네트워크 강화 △해외 부문 성장 △이종산업 진출 △투자은행(IB) 역량 강화 등 5가지를 내년 신(新)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이 행장은 “성공적 민영화라는 변곡점을 통해 과거의 껍질을 벗고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갖게 됐다”며 “금융지주 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를 공식화한 것이다.
사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복귀는 예견된 수순이다. 지주사로 전환할 때 높은 배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민영화 이후 과점주주로 참여할 투자자에게 이미 유인책으로 제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낮아 올해 상반기 중간배당을 못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지주 해체로 종전 계열사가 은행에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BIS 비율이 낮아졌다. 6월 말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3.67%로 시중은행 평균(15.48%)에 못 미친다.
다시 지주사로 돌아가면 BIS 비율 상승은 물론 주주에 대한 배당수익률이 증가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정부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은행의 BIS 비율이 높아진다는 투자 매력을 주요 투자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지주사 전환 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민영화로 과점주주가 된 투자자 중 보험사와 증권사들은 우리은행과의 협업을 노리고 전략적 투자에 참여한 까닭에 지주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들 투자자의 의견이 중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