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채권 금리가 치솟고,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대적인 재정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채권시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기대감이 더해지며 원ㆍ달러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리가 치솟자 일부 은행은 채권 발행을 연기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고채 10년물은 전일대비 11.9bp 오른 1.938%까지 급등했다. 2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대비 9.9bp 상승한 2.027%, 3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9.6bp 오른 2.046%를 나타냈다. 20년물과 30년물이 2%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월 초 이후 9개월만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으로 미국 장기금리 상승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내외 금리차 역전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현지시각) 이후 장기채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2.15%에 올라섰고, 30년물 금리도 3%대에 바짝 다가갔다.
트럼프의 재정확대에 경제 성장이 촉진되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배경이 됐다. 경기 부양에 따른 물가 상승 전망에 미국 채권 금리 상승폭이 더욱 확대됐고, 우리나라 채권 시장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까지 미국 10년물이 2.2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 국채 10년물 역시 2%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권 약세장이 강해짐에 따라 기관들의 채권발행에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최근 KEB하나은행은 오는 25일 예정된 2000억원 규모의 10년 만기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내달 초로 연기하기로 했다. 발행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3일간 26.7bp 치솟으며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트럼프 경기 부양 정책은 원ㆍ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당선 전 1130원대에 머무르던 원ㆍ달러는 지난 11일 1164.8원까지 치솟았다.
공항, 도로 등 인프라에 대한 재정확대, 세금감면 및 규제 완화에 따라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져, 미국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됐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제프리 래커 미국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트럼프의) 재정정책 실행은 금리 인상 경로를 더 가파르게 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면서,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였다”면서 “원ㆍ달러는 단기적으로 121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