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보호무역주의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우리 정부의 내년 3% 경제성장률 목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경우 우리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은 큰 그림에선 하방 위험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과 청탁금지법 등 대내외적으로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 늘어나 내년 3% 성장률 목표가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전망을 말하긴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 차관은 “일단 크게 보면 올해보다는 미 대선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 면서도 “수출은 작년과 올해 고생했으니 내년에는 여건이 나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수입하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올해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전망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 새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기회 요인도 찾아볼 수 있고,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해체되면 경제주체들의 심리 안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며 “투자 같은 경우에 기대를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은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공약을 예로 들었다. 공약이 정책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경제 중 미국이 제일 성장 여력이 있는 곳인데, 전체 흐름에 있어 투자나 산업 흐름을 더 적극적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중국 성장에 따라 혜택을 받았는데, 중국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여건이 괜찮은 미국이 성장이나 투자 관련해 의지를 밝히는 과정” 이라며 “우리 기업이 미국 사이클에 따라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에 따라 전략을 새로 짜야할지도 검토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이 우리 경제에 당면한 위기 요인이라는 인식이지만, 이를 활용해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 역시 강조하고 있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해 “여론조사나 시장예상과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 이라며 “실물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 등과 결합돼 세계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 부총리는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감을 갖고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리스크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면서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역 및 투자 확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