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제수석 잔혹사

입력 2016-11-0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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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업금융부장

최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구속됐다. 직권 남용과 강요 미수가 적용됐다. 그는 ‘비선 실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공모해 대기업에 거액 기부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석인 조원동 씨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손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 만천하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부총리를 능가하는 경제수석’으로 분류되는 청와대 경제수석은 5공 시절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재익 전 수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1983년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수행 중 아웅산 폭탄테러사건으로 사망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문희갑 수석, YS 정부 시절의 한이헌·이석채 수석, DJ 정부 시절의 이기호 수석 등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경제수석’이었다.

특히 지난 2003년 대북 불법 송금 혐의로 구속된 이기호 전 수석은 ‘금융의 황태자’로 불렸다.

금융이 경제를 지배한다는 그의 소신은 자본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금융공기업 등 각종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소위 ‘이기호 라인’이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관료 출신도 있다. 하지만 소위 ‘왕수석’이라고 불렸던 많은 이들은 짧게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더 일찍이 대통령과 정치적 생명을 같이했던 사람들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어떤 자리인가.

경제금융비서관, 산업비서관, 중소기업비서관 등 대략 7명의 비서관을 거느린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획재정부의 재정정책, 산업자원부의 산업정책 등을 모두 비서관을 통해 보고를 받는 자리다. 특히 경제 이슈가 발생하면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한다.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때는 한은 총재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위치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면 연금 책임자에게 국익을 얘기하며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자리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해 부처 간 의견이 다르면 장관들을 모아놓고 이견을 조율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재벌 기금 모집을 원한다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직접 나서 챙겨야 하는 자리다.

국세청 세무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등 기업과 은행을 옥죌 수 있는 권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다. 무죄를 받긴 했지만, 김인호 전 수석은 외환위기 당시 경제수석이었다는 이유로 사법 처리 대상이 됐다.

인사는 어떤가. 경제수석은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이다.

일반공기업, 금융공기업, 국책은행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관의 수장을 대통령에게 사실상 추천하는 사람이다.

경제수석은 대통령 직보가 가능하다.

청와대에서 이보다 더 큰 권한은 없다.

특히 독대를 싫어하는 대통령의 경우라면 더 그렇다. 촉이 빠른 사람들만 모인 청와대에서 독대할 수 있는 사람 뒤로 줄 서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보다 못해 개혁에 나선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정권 초기 아예 경제수석 자리를 없애 버렸다.

대신 정책수석이란 자리를 만들어 정부 부처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모니터링만 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위의 정책실장으로 하여금 국정 어젠다를 총괄하도록 했다. 당시 이정우 실장은 ‘분배’ 문제를, ‘노무현의 남자’로 불렸던 김병준 실장은 노동 개혁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런 개혁은 비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실패한다.

카드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등 경제정책 실패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누군가가 경제를 더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는 주변의 압력에 밀려 노 전 대통령은 경제보좌관, 경제정책수석 등 이름만 다른 경제수석을 다시 만든다.

답이 안 보이는 문제다.

역대 정권을 거쳐 터진 경제수석의 비리가 사람의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마땅한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경제수석의 잘못을 그만의 잘못으로 국한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잘못을 경제수석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라, 경제수석의 잘못을 대통령이 책임지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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