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같은 금감원 민원센터에 ‘감사의 편지글’이 최근 온라인 게시판에 접수돼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사는 박모 씨는 금감원 금융민원센터의 연경희<사진> 상담원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게재했다.
박 씨는 지난해 6월 아파트 담보 대출(3억6000만 원)을 받아, 그 돈을 지인에게 빌려줬다. 지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을 빌려간 지인이 올해 2월부터 이자 상환을 미루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박 씨는 계약직 근무가 만료되고, 몸에 이상이 생겨 중환자실에 이송되는 일까지 겪었다. 박 씨가 병력 등을 이유로 생계가 막히는 어려움을 겪는 동안 지인은 이자 납부를 미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씨와 그의 아내는 신용불량자 처지가 됐다. 그리고 올해 7월 박 씨는 대출 담보로 잡았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대출을 해결하기로 했다.
박 씨는 “기한이익상실이라는 높은 고리에 이자부담이 가중된 데다 생각지도 않았던 중도 상환수수료가 문제였다”며 “급하게 집이 팔려 원금과 이자 그리고 기한이익상실이자 중도상환수수료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감마저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박 씨는 금감원에 도움을 청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부끄럽게도 내가 너무 억울하다고만 생각해 일 처리를 빨리 해 달라고 소리도 지르고 험한 말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연경희 상담사와 연결이 된 것이다. 은행에서 30년 남짓 근무한 연 상담사는 ‘원금을 갚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발 월세라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의 민원을 배정 받았을 때 다급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연 상담사는 해당 금융회사에 박 씨의 상황을 전했지만 수용 거부 문서를 받았다. 연 상담사는 “(수용거부 소식을 전하자) 박 씨는 체념한 듯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라며 민원을 취하하겠다고 했다”며 “배우자도 가출을 해서 죽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독백처럼 반복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태도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연 상담사는 고민 끝에 해당 금융회사의 상위 직급자에게 상황을 전하기로 했다. 연 상담사는 “민원인의 상태가 너무 절박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으니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연 상담사의 노력 끝에 해당 금융회사는 박 씨가 이미 낸 수수료에 상당하는 106만 원을 환급했다.
연 상담사는 “마지막 통화에서 ‘민원인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부끄럽지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뿌듯한 기운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연 상담사님 덕분에 용기 내어 다시 열심히 살 것”이라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민원처리 전문인력 78명(5월 37명, 7월 41명)을 채용했다. 이후 민원처리 신속제도가 정착되면서 민원 처리 기간이 30일 단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