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파문’으로 인한 정국혼란을 다잡을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총리직을 수락하며 ‘책임총리’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자신의 철학이 담긴 국정 운영방향도 제시했다. 참여정부 정책 설계자였던 김 내정자는 평소 현 정부의 정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던 만큼 총리로 인준될 경우 기존 정책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재정ㆍ부동산 등 경제정책부터, 개헌, 역사교과서 등 정치ㆍ사회 현안에 이르기까지 엇박자가 예상되지만 “소신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내정자는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총리직을 수락했다. 총리 권한행사 범위와 관련해서 김 내정자는 “국정 통할의미를 폭넓게 해석해 경제ㆍ사회정책 정반에 걸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경제, 사회 정책 부분을 맡겨달라고 했고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외교 안보 사안을 제외하고 ‘경제ㆍ사회 정책’분야의 전권을 실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대통령의 주문대로 내치를 전당하는 책임총리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기존의 국정 운영 틀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본지의 칼럼 등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으며 단기부양정책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부동산을 부추겨 성장률을 올리는 짓은 지속성장의 발목을 잡을 야비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단기부양책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해선 “일정부문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가계와 자영업자의 대출과 부동산 투기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내정자는 또 간담회를 통해서도 “국정교과서 문제만 해도 교과서 국정화라는 게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이라면서“국정교과서뿐 아니라 재정 문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곳곳에서 기존 정책과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정부 주도 개헌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헌은 국민과 국회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김 내정자는 이같은‘김병준표’ 정책에 대해 소신있는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과 이야기를 해보니 정책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제 소신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