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일했던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감사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유출 파문과 대해 “유출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28일 오후 3시 5분께 서울 여의도 증권금융 사옥에 모습을 드러낸 조 감사는 “연설문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어떻게 유출됐는지 아는 바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문이 최 씨에게 유출된 과정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조 감사는 최순실 씨의 존재 역시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이 누군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보도된 내용을 보고 ‘이 사람이 최순실이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설문 초고를 작성했던 조 감사는 최 씨에 의해 최종본이 수정돼 돌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조 감사는 “연설문 초고를 이런저런 자료를 취합해서 대통령에게 올리면 대체로 큰 수정은 없었다”면서 “중간에 누가 손을 댔다고 의심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단어나 표현을 미미하게 수정한 적은 있겠지만 어떤 내용을 통째로 수정하거나 첨삭하지 않았다”며 “온라인 상에서 (최 씨 등과) 연설문 내용 수정을 위한 협의를 거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닷새째 잠적했던 조 감사는 오후 1시께 증권금융에 연락해 이번 파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문 파문이 불거진 지난 25일 외부 일정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은 뒤 이튿날부터 3일간 휴가를 내고 종적을 감췄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자택에도 귀가하지 않은 채 언론과 접촉을 차단한 상태였다.
조 감사는 잠적 기간 동안 청와대와 교감했으리란 추측도 부인했다. 그는 “제가 나서서 한 두마디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냔 생각에 언론과 접촉하지 않은 것이지 청와대와 의견을 나누고 이런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며칠 지내다 보니 회사나 가정에 이런 식으로 더이상 피해를 줘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감사는 연설기록비서관을 ‘피를 말리는 작업’이라고 표현하며 “대선기간을 포함해 4년 이상 (그 일을) 하니 육체적·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사의를 표명했을 뿐 그 과정에 불미스런 사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조 감사는 2004년 한나라당 전당 대회 때부터 메시지 담당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해 왔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3년 5개월 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냈다. 이에 따라 연설문 유출에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을 것이란 의혹을 받아 왔다.
금융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그는 지난 9월 한국증권금융 상근감사로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